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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 27주년 특별대담 : 이태근(흙살림 회장)-권영근(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흙살림 조회수 865회 18-06-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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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살림은 창립 27주년을 맞아 이태근 흙살림 회장과 우리나라 농업정책에 날선 비판을 해온 권영근 전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과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4월 27일 흙살림청주센터에서 진행된 대담은 흙살림의 27년 활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목표와 활동 계획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진행됐다. 흙살림 신문은 이 대담 내용을 정리해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태근 흙살림 신문이 5월 250호를 맞았고 흙살림은 6월 11일 27주년이 된다. 흙살림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친환경농업에 있어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권영근 흙살림연구소는 초창기 대안연구소였다. 농촌·농민을 살리기 위해선 흙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출발한 것이 흙살림연구소다. 하지만 대안적인 것을 내놓는데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태근 대안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권영근 다산의 3농-후농(厚農)·편농(便農)·상농(上農)-에 기초해서 농정을 펼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길 중에 하나는 바로 지역농업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농업을 해야 흙살림도 살 수 있다.

흙살림이 잘 해온 것이 바로 흙살리기이다. 농업이라는 것은 지역 토착적인 흙과 관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농학 수준은 많이 떨어져 있다. 흙살림연구소는 대안농업으로서 흙살리기를 꼭 해야만 한다. 농민은 스스로 이 길을 가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어야 한다.

 

이태근 그러기 위해선 흙살리기에 대한 농민들의 의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권영근 아직도 우리나라는 흙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한국 흙이 모든 지역마다 똑같은 것이 아니다.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프랑스는 그 지역의 땅에 맞는 포도를 생산해 와인을 만든다. 우리는 흙을 갖고 농사짓는 것을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고통이 아니라 예술 노동이라고 여긴다. 그 지역의 흙을 알고 그 땅에 맞춰 농사지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궁리를 해야 한다.

 

이태근 그 출발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권영근 흙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 지역별 흙을 조사하고 그 흙에 맞춘 작물을 키워야 한다. 흙이란 흙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지역의 기후와 물 등과 다 관련된 것이다. 이런 정보와 연구를 제대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흙에 맞는 종자를 찾는 것 또한 흙살림연구소의 몫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태근 하지만 현실에선 땅에 맞춘 작물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돈에 맞춘 작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즉 돈이 되는 농사를 짓는 것이다.

 

권영근 농민들이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좋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안 된다. 그게 보수고 수구다. 다른 세상을 원한다면 달라져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 그 땅에 똑같은 농사방식으로 똑같이 짓고 있다면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농민들끼리 서로 연대하고 협동해서 바꾸어나가야 한다. 서로 경쟁하려다보니 안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흙살림연구소가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태근 우리나라는 아직 협동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흙살림연구소 또한 초창기 농촌의 발전을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맡고, 소비자를 대하는 유통과 정책을 제안하는 행정 담당 단체와의 연대를 꾀해왔다. 하지만 이 연대는 깨져버리고 각자 모든걸 도맡아 하려는 경쟁에 빠져 버렸다. 자본이 덤벼드니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권영근 농업문제의 핵심은 농민과 자본의 문제이다. 이걸 잊어서는 안된다. 자본적 욕심 때문에 농업은 계속 위기를 맞아왔다. 농업과 자본의 중재자가 정부이다. 많은 사람들의 의사를 실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태근 사회적 기업, 사회적 일자리, 농민월급제, 퇴비배합비율 표시 등 흙살림에서는 새로운 대안과 제안을 꾸준히 내세워왔지만,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권영근 그렇기에 자기 표현기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신문을 통해 논쟁적인 것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필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태근 흙살림은 27년간 유기농과 관련된 일을 계속해 왔다. 유기농업이 농촌의 삶을 바꿔줄 대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흙살림이 걸어온 길과 관련해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권영근 먼저 유기농업에 있어 협동조합 방식에 대한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흙살림연구소의 연구적 측면에서 농생물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잡초를 잘 알아야 한다. 흙살리기에 있어서 잡초와 잘 싸우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연구가 부족하다.

흙살림의 정신을 재정립해 흙살림 선언을 선포했으면 한다. 이 선언을 통해 흙살림이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