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본문

흙살림 신문이 250호를 맞아 유기농산물 대안유통으로서의 꾸러미를 돌아보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보는 간담회를 가졌다. 흙살림 꾸러미는 ‘생산자 중심의 유기농산물 유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10년 4월 ‘우리집 생활꾸러미’로 사업을 개시했으며, 2011년 9월 과일꾸러미, 2012년 5월 채소꾸러미, 2017년 알찬꾸러미를 새롭게 내놓았다. 꾸러미 사업을 추진한 이태근 흙살림 회장과 꾸러미 실무자, 꾸러미 소비자이면서 식생활 운동과 소비자 운동 등을 펼치고 있는 최영주 씨, 변인욱 씨, 꾸러미 농산물 생산자인 최정분 씨가 한 자리에 모여 꾸러미의 발전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이태근(흙살림 회장) : 꾸러미를 시작한지 10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꾸러미는 한살림이나 생협의 유통방식과는 다른 친환경 농산물 대안 유통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로컬푸드가 떠오르면서 꾸러미는 침체기에 빠져 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는 곳은 <흙살림>과 <언니네 텃밭> 정도만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꾸러미를 시도했다가 중도포기한 곳도 상당히 많은 게 현실입니다. 꾸러미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 자체가 침체기에 빠져있습니다. 학교 급식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지만 무농약에 정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유기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꾸러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방미진(흙살림꾸러미 담당자) : 꾸러미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소비자 만족도와 개선점이 궁금합니다.

최영주(식생활교육청주네트워크) : 개인적으로 친환경 먹을거리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건강 때문이었습니다. 몸이 안 좋아서 자연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도시민에게는 자연식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친환경 특히 유기농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친환경 농산물이 약이 될 수도 있는데 소비자가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충북도 정책담당자에게 생산자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농업 교육에 더 투자할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통해 접근해야 합니다. 현재 친환경인증 마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 이런 교육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비자 교육이 필요한 것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접근 방법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태근 : 현재 흙살림 꾸러미를 소비한 사람들의 숫자로만 따지면 1만명 정도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분들 중 꾸러미를 끊은 분도 많은데 가장 큰 이유가 엽채류 등이 남아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는 오히려 엽채류 등이 모자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변인욱(세종녹색소비자연대) : 소비자 입장에서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저는 흙살림 꾸러미를 초창기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유기농 식자재는 흙살림이 유일하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먼저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위해선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곧 국민이지 않습니까? 전 세계가 오염된 땅에서 어떻게 하면 땅을 살리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멀리 내다보고 사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큰 시각으로 본다면 현재 꾸러미 포장부터 신경을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달걀, 블루베리 등은 쉽게 파손되다보니 충전재와 냉각재 등을 많이 사용합니다. 꾸러미 박스를 다양하게 해서 충전재를 조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요? 착불로 꾸러미 냉각재를 받기도 했는데, 이런 걸 모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요즘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문을 비롯한 언론에서 건강과 관련된 음식 등 먹을거리 정보가 넘쳐납니다. 흙살림은 친환경농산물을 기본으로 차별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당뇨 꾸러미 등을 만들어보는 거죠.
세 번째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꾸러미를 구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형식으로 간편식이 가능한 메뉴를 개발해보는 것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장보기가 불편한 노인에게도 꾸러미는 더 필요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최정분(생산자) : 올해로 귀농 19년차를 맞습니다. 지금은 오로지 농사에만 전념하며 살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꾸러미를 먹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점을 말씀드려 볼게요.
저는 토마토, 브로콜리 등을 농사짓고 있는데 대파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열두 달 짓는 게 아니다 보니 대파를 사 먹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마트에 가보면 대파 값이 엄청 비싸더군요. 하지만 흙살림 꾸러미를 먹으면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 좋습니다. 또 이웃에 대파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는데 농약을 엄청 많이 칩니다. 반면 제가 유기농으로 농사지어 흙살림 꾸러미에 납품하듯 다른 먹을거리도 저처럼 안전하게 키운다는 것을 믿을 수 있기에 꾸러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태근 : 지난달 베트남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는 흙살림에서 공급한 퇴비로 바나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먹는 바나나는 1년에 70회 정도 농약을 칩니다. 비행기나 광역살포기로 5일에 한 번씩 뿌립니다. 인삼도 거의 5일에 한 번 농약을 치죠. 우리나라는 겨울이 있어 겨울엔 뿌리지 않는 게 다른 정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바나나를 많이 먹는데, 이런 농산물들이 얼마나 농약에 오염되어 있는지 정말 심각합니다. 또다른 예로 일반 관행으로 키우는 애호박은 벌이 없을 때 수정하기 위해서 호르몬제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보기 좋은 수확물을 거둘 수 있죠.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보기 좋은 것만 찾습니다. 그 과정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변인욱 : 일단 흙살림 꾸러미를 한 번 먹어보면 흙살림이 보내주는 친환경농산물이 좋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주위에 실제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분이 있습니다. 시금치 굵기가 엄청 크더군요. 맛도 좋고요. 5년간 친환경농법으로 인삼 재배하는 분도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이런 생산자들과 연계해서 철저히 관리한다면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21세기는 음식산업이 주요산업이 될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가 아토피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방부제가 들어간 음식이나 인스턴트를 먹으면 가려움이 심했습니다. 산 속에서 황토집에 생수 먹으며 건강한 음식을 먹으니 몸이 좋아졌습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정분 : 유기농 인증을 받기 전 땅을 빌려 애호박을 키웠는데 잔류농약이 아주 조금 나온 적이 있습니다.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길렀는데 말이죠. 예전에 뿌렸던 농약이 검출된 것입니다. 농약을 치고 난 몇 년 후에도 농약이 묻어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흙살림이라는 이름을 너무 좋아합니다. 흙을 살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흙살림이 바로 믿고 먹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GAP, HACCP 등 영어로 쓰여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농약이나 유기농에 대한 지식이 아직도 부족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손으로 제초하며 어렵게 유기농업을 하고 있어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 유기농을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든 적도 있지만, 내가 포기하면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성내(흙살림 직거래사업부장) : 서울 광진구 등에 도시농업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강의를 하다보면 의견이 반반 갈립니다. ‘이렇게 힘드니 유기농은 거짓말이다’라는 생각과 ‘농부들의 수고가 참 많다’라는 의견이 팽팽합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부터 흙살림꾸러미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소비패턴이 꾸러미에 맞추어 변화되신 분도 있습니다. 꾸러미의 장점은 생산자 입장에서 소농의 규합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리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이런 꾸러미의 기본 정신을 지키면서 변화를 주려합니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잉여가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해서 양을 잘 조절해보려 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포장도 개선하고 맞춤형 꾸러미도 계획 중입니다. 신문과 온라인을 통해 얼굴있는 생산자를 늘리려 합니다.

최정분 : 일반 관행으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은 ‘유기농이 어디 있어? 친환경이 어디 있어?’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정말 소비자가 교육을 받아야 유기농, 무농약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옆 농가에서 무농약으로 브로콜리를 키웠는데 시장에서 제값을 인정받지 못해 포기하려 합니다. 현실은 물론 행정도 HACCP이나 GAP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봅니다. 흙이 살아야 몸이 삽니다. 흙은 1~2년, 4~5년 해서 살려지지 않습니다. 정말 흙이 중요합니다.
이태근 : 꾸러미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꾸러미도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성장해야 가능한 일인데 정체 중입니다.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인척마케팅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죠. 꾸러미도 발전해야하는데 새로운 대안이 있을까 이야기해봤으면 합니다.
최정분 : 한 달에 4번씩 배달되는 꾸러미를 소화하지 못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양이 많은 것이죠. 젊은 사람들은 레시피를 줘도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가 별로 없는듯합니다. 반대로 장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제철 것을 먹고 필요한 것은 추가 구입할 수 있어 꾸러미가 좋다고 합니다. 다음 주에 어떤 것이 배달될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연령층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 같습니다.
변인욱 : 한살림이나 자연드림 등 매장이 있는 곳은 눈으로 볼 수 있어 확인하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상시매장을 통해 꾸러미를 주문 받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요.
최영주 : 엽채류가 많이 남는다고 하는데, 샤브샤브를 해 먹었더니 그 많던 채소가 금방 사라지더군요. 요리교실을 하고 시장에 나가보면 그 식재료만 없어요. 이처럼 꾸러미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좀더 전문화시켜서 소개하면 어떨까요. 금요장터에서 요리사가 직접 그날 재료로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꾸러미와 관련 있을지 모르겠지만, 학교급식을 보면 선생님들이 음식 재료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이들은 채소가 들어가도 잘 먹는데 선생님들이 오히려 아이들 입맛을 맞춘다고 채소를 빼는 경우도 있어요. 청주는 교원대나 교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변인욱 : 주변을 살펴보면 환자들을 위한 밥집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꾸러미에 도시락 개념으로 판매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프신 분들이 유기농산물을 먹고 낫는다면 그것이 최고이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전국민이 전부 유기농을 생산하고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쌀값이 비싸진다면 이게 바로 제값이라고 인식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태근 : ‘유기농산물이 약이다’라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말씀하셨던 것처럼 당뇨꾸러미 등 몸에 좋은 꾸러미를 구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여러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전에는 꾸러미 품목위원회를 만들어서 꾸러미 품목을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매달은 힘들지라도 자주 모여서 품목 평가도 해보고 품목 선정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농산물과 다른 유통 형태로서 꾸러미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며, 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중심이 되어 꾸러미가 꾸려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좋은 제안을 실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