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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이 화제다. 4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았다. 원작인 김훈의 소설은 100쇄를 넘겼다. 특히 정치인들이 현실 정세와 맞물려 각자의 입장에서 관람평을 쏟아내면서 논쟁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영화는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남한산성으로 피해 들어간 임금 인조와 첨예하게 의견이 맞선 대신들의 썰전(?)을 주 내용으로 한다. 특히 주화파 ‘최명길’(이병헌)과 척화파 ‘김상헌’(김윤석)의 말싸움 속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영화와 소설의 인기로 최명길의 묘소를 찾는 이들도 생겼다. 최명길 묘소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대율리에 위치해 있다. 평소 사람의 발자국을 잘 찾을 수 없던 곳에 낯선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묘소를 찾는 길 옆엔 흙살림 유통센터가 있다. 이왕 최명길의 묘소를 찾아 최명길의 ‘치욕 대신 삶의 길’ 정신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흙과 농업과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흙살림의 정신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최명길의 묘소는 3기의 봉분 중 중앙에 위치해 있다. 양 쪽 봉분은 인동장씨(仁同張氏), 양천허씨(陽川許氏) 두 부인의 묘다. 묘 위로 헬기가 지나간다. 근처에 청주공항과 공군비행장이 있다. 북한을 둘러싼 세계 정세의 흐름이 최명길이 활약했던 시기와 맞물려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묘소 입구에는 신도비가 있다. 명분에 치우치지 않은 최명길의 실재적 학문 태도를 기려 숙종 28년(1702)에 왕명으로 묘 앞에 세운 것이다. 이 비석은 묘소와는 별도로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59호로 지정되었다. 비석이 보이는 뒤편으로 흙살림 유통센터 건물이 보인다.

잊혀졌던 최명길의 묘소가 활기를 찾듯 다소 침체되어가고 있는 유기농업도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