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정보
본문
세계의 유기농업-몽골①
몽골의 농업과 유기농업 현황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해발 1300미터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속리산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셈이다. 몽골의 겨울은 기온이 최저 영하 46도까지 떨어진다. 살을 에는 매서운 북서풍이 대륙 전체를 휘감아 실제 체감 온도는 그보다 더 낮다. 이러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몽골 사람들은 알콜 함량 50도 이상의 보드카를 즐겨 마신다. 가히 알콜의 힘으로 추위를 이겨낸다고 할 수 있다.
보드카는 밀을 주원료로 하는 증류주이다. 밀은 몽골의 경작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몽골의 밀 생산량으로는 자국 내 수요도 감당하기가 어려워 수출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밀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몽골의 밀농사는 대부분 파종 후 별도의 관리가 없다. 때문에 관주 여부만으로도 생산량에 큰 차이를 보인다. 관수 재배한 밀의 생산량은 보통 무관수재배 시 생산량의 5~6배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도권이나 도시 외에는 관수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한 전력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관수 시설과 장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기업농만 밀의 관수재배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몽골의 농지는 국가소유이다. 국가소유의 농지는 토양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한다. 분석 결과 토양의 상태가 악화되었을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가 개선이 되지 않으면 국가가 농지를 환수한다. 몽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기업은 약 30만 개이다. 30만 개의 농기업 중 농지 면적 1~5ha정도인 곳이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가 대규모 농기업이다. 대규모 농기업에서는 주로 밀과 유채를 재배, 소규모 농기업들은 감자, 양파, 당근, 마늘을 재배한다. 감자 1ha와 밀 10ha가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올린다.
지난 방문 일정 중에 만났던 몽골 농기업협회 회장 촐동은 대형 농기계 수입 판매상이자 2,000ha에 밀농사를 짓고 있는 대규모 농기업의 대표이다. 이 곳 에서는 헥타르 당 100kg정도의 비료를 사용하고 제초제도 사용하고 있다. 제초제는 한 작기에 1회 정도 사용하고 있고 5월에 파종하여 9월에 수확한다. 종자는 직접 채종하며 5~6년에 1번 씩 종자를 바꾼다. 농지 총 2,000ha 중에 800ha는 휴경 중이다. 1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330마력짜리 트랙터와 콤바인 등을 가지고 있다. 농지 1ha당 1톤 정도의 밀을 생산한다. 1톤 당 21만원, 정부보조 4만원으로 헥타르 당 25만원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다만 보드카를 만드는 공장으로 밀이 판매 되는 경우 정부보조금은 없다고 한다.
몽골에서도 최근 유기농업법이 통과되어 201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때문에 아직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기존의 농업 방식에서도 일반 농자재의 투입이 적은편이라 제초 외에는 유기농업을 당장 도입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기농업법의 시행으로 2017년 이후 몽골의 유기농 농지 면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몽골은 우리나라의 유기농업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기농업으로 생산력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 목축을 주로 하는 몽골에서는 양털이나 우분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분의 경우 기생충과 풀씨가 많아 채소재배에 직접 사용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가에서 흔히 하는 방법으로 양이나 소의 똥을 발효시켜 사용하면 풀씨와 기생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땅 위에서 말라가는 가축의 똥은 연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발효 기술을 도입하여 퇴비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훨씬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몽골은 경제위기로 국가부채가 증가하여 결국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다. 그 동안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누렸으나 국가의 느슨한 경제정책과 국제 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작년부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작년 종교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이 노골적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몽골의 농업은 현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몽골 농업이 친환경과 생산력 향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기농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몽골의 광활한 땅에 유기농업이 정착되기를 기원한다.
글 이태근 흙살림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