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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탐방기 연재⑥>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
- 독일ㆍ오스트리아-
연재순서 ① 독일의 농업정책: 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다.
② 농업과 원예의 모든 것: 바덴주립 원예연구소
③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1: 피르흐너호프 제빵농가ㆍ빌더케제 치즈공방
④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2: 카이젠호프 육우농가ㆍ스튜빙어 포도주농가
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살펜텐 농민직판장ㆍ슈베비쉬할 농민조합
⑥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니더탄너 과수농가
⑦ 일상과 함께 하는 농업과 원예: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독일 남부에 위치한 오스트알고이 지역은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해발 700~1,200미터의 고지대이다. 연 평균기온이 7℃ 정도로 매우 낮고 강우량이 많아 전 지역 농민이 대부분 영구초지를 이용한 낙농업에 종사한다. 그러나 계속 되는 원유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삶은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팍팍하다. 이러한 지역에서 과수로 성공한 유일한 농가가 있다. 카우프보이렌에 위치한 피터 니더탄너의 농장이다. 농장주 피터 니너탄너 역시 낙농에 종사했었지만 일찌감치 낙농에서 과수로의 전환을 꾀하였다. 주변의 만류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는 이 지역에서 과수로 성공한 유일한 농가로 반경 90km 이내에 과수 농가가 전혀 없는 정도다. 이 농장의 성공 사례는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경우여서 많은 이들이 성공 비결을 찾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니더탄너 농장 역시 전형적인 가족농으로 80ha의 과수원을 가족끼리만 농사짓는다. 때문에 단위면적 당 생산량보다 수익을 우선시하여 노동력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향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2만 여 평의 딸기밭에서는 저장성이 전혀 없는 품종을 재배하는데 별도로 수확작업을 하지 않는다. 수확시기가 되면 인근의 소비자들이 방문하여 직접 수확해가는 방식으로 전량 직판한다. 대신 딸기는 조생종부터 만생종까지 다양하게 심어 수확기간을 최대한 늘린다. 여름철이 되면 인근의 소비자 600명 정도가 방문한다. 늦여름까지 딸기 수확이 모두 끝나면 사과와 배 수확기가 온다. 이 농장의 최대 원칙은 운영할 수 있는 만큼만 경작하는 것이다. 별도의 인건비를 들여 운영하느니 욕심을 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워낙 인건비가 비싼 곳이라 이해는 가지만 지역의 유일한 과수농가로써 운영 규모를 키우고 싶은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그 고집이 참 대단하다.


체리 과수원은 4월 개화기에 기온이 영하 8℃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 해 농사는 망쳤다고 한다. 이와 같은 난관을 수도 없이 겪어 와서 그런지 농장주 피터는 오히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 한다. 한편 끝없이 펼쳐지는 과실수 사이로 낮은 덤불이 보인다. 쐐기풀과 호장근이 재배되고 있는 곳이다. 쐐기풀은 제약회사 납품을 위해 유기농 계약 재배를 하고 있다. 질소비료 요구도가 높은 작물이라 유기농 액비를 사용한다. 쐐기풀 건조물을 펠릿화하여 판매하는데 100kg에 20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름이 생소한 호장근이라는 풀은 현재 유기농 살충제의 원료로 시험 재배중이다.
농장의 잘 정돈 된 과수원도 인상적이었지만 양계장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동식 닭장을 갖추고 있어 밭에 방사된 닭들에게 사료를 조사하고 산란시킨다. 닭들은 밭작물 사이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이 활동을 하고 덕분에 잡초 제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닭들의 자유로운 환경을 농장에 방문한 소비자들이 지켜보고 신뢰하여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달걀을 구매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수없는 시행착오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여 지금에 이른 피터 니너탄너의 길을 지금은 세 자녀가 함께 하고 있다. 아직은 어리게만 보이는 세 남매지만 첫째 마틴은 농업전문학교를 졸업 후 현재 농업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 중 이고 기껏해야 10살 남짓 되어 보이는 막내도 자기 몸집의 몇 배나 되는 농기계를 척척 다룰 줄 안다. 소비자들의 수확이 한창인 과수원 한 켠 에서 직접 삶은 옥수수를 판매하며 용돈을 버는 이 꼬마농부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여 성공했지만 그 것이 과욕으로 이어지지 않고 언제나 여유를 잃지 않는 그 모습에 어쩌면 소비자들은 더 신뢰를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