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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살라"는 봄의 설법이 시작된다
흙살림 조회수 675회 17-03-06 10:00

본문

흙살림 -절기의 지혜를 배운다

경칩(驚蟄), ‘살라!’는 봄의 설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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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칩(驚蟄)은 24절기의 셋째 절기로 양력 3월 5일입니다. 땅 속에서 겨울잠 자던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입니다. 겨울을 견딘 생명들이 생명 살림의 믿음직한 우주율(宇宙律)을 따라 활동을 개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감동스러운 첫 문장은, “겨우내 감싸둔/ 어린 감나무의 짚붕대를 풀어주었네/ 짚붕대를 풀자/ 입을 꽉 다문 연둣빛 잎눈이/ 온종일 침묵을 지킨 내 입을 열었네/ 오, 살아 있었구나!”(고진하「봄의 첫문장」에서)의 “오, 살아 있었구나!”입니다. 그야말로 무심결에 통하는 생명적 관심과 경이입니다.

그래서 봄의 설법도 ‘살자!’입니다.

 

봄의 설법

- 이동순

 

경칩 지나서 며칠 뒤

지훈과 밀양 표충사 재약산 사자평을

한달음박질로 뛰어내려와서

계곡 바위에 앉아 헉헉 가쁜 숨 돌릴 즈음

올해의 첫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작은 짐승처럼 귀 쫑긋 세우고

대지에 울려퍼지는 잔잔한 봄의 설법에 귀기울였다

그날 개구리가 무슨 설법을 했는지는

여기에 세세히 쓰지 않겠다

 

개구리 소리가 그대로 설법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있어서 개구리에게 깨어나서 설법하라고 한 것입니까? 아닙니다. 깨어났으니까 운 것입니다. “한달음박질로 뛰어내려와서” 숨이 차니까 “계곡 바위에 앉아 헉헉 가쁜 숨” 돌리듯이 그냥 그렇게 한 것입니다. 누가 개구리 소리를 들으라고 했습니까? 아닙니다. ‘어-, 개구리 소리네’ 하며 “작은 짐승처럼 귀 쫑긋 세우고” 그냥 들은 것입니다. 그 소리가 대지에 울려 퍼지듯 내 마음에도 퍼진 것입니다. “울려퍼지는 잔잔한 봄의 설법”이라는 불립문자(不立文字)가 ‘아-, 다 사는구나. 살자!’라는 생명적 느낌으로 전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봄의 설법 내용은 ‘살라!’입니다. 그 명령이 생명의 그물을 통해 온 생명에게 전해지는 경칩입니다.

하여 자연의 한 이름이신 농부님들도 밭을 만들며 한해 생명살림을 시작합니다. ‘흙의 날’(3월 11일)도 이 기간에 있습니다. 이 날짜에 대해 흙살림연구소 이태근대표는 “3월의 숫자 3은 농사가 시작되는 달로써 우주를 구성하는 하늘, 땅, 사람 그리고 농업, 농촌, 농민 등의 복합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11일은 한자 10(十)과 1(一)을 합한 흙(土)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결국 3월 11일은 농사의 시작과 아울러 하늘과 땅과 사람의 기운이 모여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의미”(충북일보 2016. 3. 23)라고 설명합니다. 하늘의 우주율(宇宙律)에 따라 사람뿐만 아니라 흙속의 미생물까지 총동원체제가 되는 경칩입니다. 올해도 이날 흙살림토종연구소에서는 <봄을 여는 시농제 한마당>이 있습니다. 충북 괴산군 불정면 쇠실로 286-138 흙살림농장으로 오십시오.

- 오철수(시인. 문학평론가. 흙살림농장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