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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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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포도주 특화마을의 성공 사례
흙살림 조회수 1,379회 17-01-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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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탐방기 연재④>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

- 독일ㆍ오스트리아-

 

 

연재순서 ① 독일의 농업정책: 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다.

② 농업과 원예의 모든 것: 바덴주립 원예연구소

③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1: 피르흐너호프 제빵농가ㆍ빌더케제 치즈공방

④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2: 카이젠호프 육우농가ㆍ스튜빙어 포도주농가

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살펜텐 농민직판장ㆍ슈베비쉬할 농민조합

⑥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니더탄하이머 과수농가

⑦ 일상과 함께 하는 농업과 원예: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 농가가공품에서 얻는 도시와 농촌의 만족

우리나라 일반 가정의 식탁에 밥과 김치, 된장과 고추장을 빼놓을 수 없듯 독일 가정의 식탁에서도 빵과 치즈, 햄은 빠지지 않는다. 이 식품들은 매일 주식으로 먹는 것들인 만큼 아무리 시판되는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해도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맛을 따라가기 힘들다. 그러나 점점 식구의 규모가 줄고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 예전처럼 집집마다 김치며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독일도 마찬가지리라. 그래도 이왕이면 마트에서 사먹는 시판 제품보다 믿을 수 있는 농가에서 나온 생산물로 직접 만든 것을 선호한다는 점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농민들이 직접 만든 가공품은 이러한 이유로 인근지역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판매된다. 농가 가공품 판매는 좋은 품질과 신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준다. 대량 생산, 판매되는 제품을 통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도시와 농촌의 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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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육부터 가공까지 가족의 힘으로  

전형적인 알프스 산악지대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오베른도르프에는 사육부터 도축, 가공까지 오로지 가족의 힘만으로 전부 해내는 농가가 있다. 농장주 앵커씨와 두 아들내외가 운영하는 카이젠호프 친환경 육우 농장이다. 1985년 앵커씨는 결혼과 동시에 조상에게 물려받은 산을 바탕으로 농장을 시작하여 현재 180ha의 임야에서 소를 키우고 사료작물을 재배한다. 180ha 중 목재를 얻는 산림과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농지를 제외한 대부분은 산 정상의 초지로 이곳에서 90여 마리의 소들을 방목한다. 어미소를 포함하여 총 150여 마리의 소들을 키우는데 동물 복지를 위해 2년 반 정도 목초지에서 사육한 뒤 생체중이 700kg 정도 일 때 도축한다. 소들은 목초지 방목 중에 대부분 자연교배를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한다. 소들의 비육을 위해 집 근처 평지 20ha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사일리지로 만들어 사료 보충을 한다. 산에 위치한 20ha의 혼유림에서 나온 목재로는 직접 우드칩을 만들어 난방을 하는데 산간지역의 특성 상 겨울이 빠르고 추워 비용이 부담되는 난방을 직접 해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카이젠호프 농가 역시 전형적인 가족농이다. 농장주 앵커씨와 2명의 아들들은 가축 사육과 도축, 가공을 담당하고 부인은 판매를 담당한다. 육가공 마이스터인 앵커씨와 두 아들들은 수의사 입회하에 도축기술자와 함께 일주일마다 돼지 10마리, 소1마리를 도축, 가공한다. 등심과 같은 주요 부위는 생고기로 판매하고 대부분은 소시지, 햄과 같은 가공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고기와 가공품은 농장에 있는 매장 외에도 소를 방목하는 산 위의 매장에서 판매하는데 등산객들의 트레킹코스와 인접하여 매출이 꽤 좋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이들이 광고나 홍보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로젠하임, 뮌헨 같은 대도시의 소비자들이 고기를 사러 오고 단골이 된다. 사실 이 농가의 경우 가축수가 많은 편은 아니라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도 많지 않은 편이고 가공 및 판매시설은 오히려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노동력과 사육, 사료공급, 난방, 도축, 가공, 판매까지 모든 부분을 농가가 직접 해냄으로써 큰 비용을 절감하고 양질의 가공품을 통한 부가가치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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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공품이 곧 관광 상품이 되다. 

독일 중서부 라인란트팔츠 주에 있는 작은 마을 라인스바일러는 라인강을 따라 이어지는 독일 와인가도의 중심에 위치한 포도주 특화 마을이다. 낮은 언덕을 따라 펼쳐진 포도밭 사이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5만 명 정도이다. 마을 인구 400명의 100배도 넘는 숫자다. 사실 마을에서 실제 포도를 재배하여 포도주를 만드는 농가는 12농가에 불과하다. 그러나 포도주를 통한 부가가치를 이들끼리만 독점하지 않는다. 포도를 재배하지 않는 주민들도 시음장, 전통식당, 민박 등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면서 결국 포도로 하나가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마을의 포도주가 유명해짐은 물론 찾아드는 관광객들로 마을 전체가 활기를 찾았다. 5만 여명의 관광객 중 3만 5천 명이 조용한 휴가와 휴양을 위해 이 마을을 찾아와 머문다. 마을에는 포도주 농가를 비롯하여 30여 농가가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시골 마을의 민박집이라고 해서 허름함이나 촌스러움을 상상해선 안 된다. 중세시대의 고풍스런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외관 속에는 농촌특유의 따스함이 배어있는 정갈한 숙소가 숨겨져 있다. 머무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맛 좋은 와인을 실컷 맛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림 같은 풍경과 평화로운 분위기, 향긋한 포도주만으로도 일상에서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이 마을의 민박들은 독일 관광협회에서 부여하는 별점 3~4개를 받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3대에 걸쳐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피터 스튜빙어씨의 농가도 그 중 하나이다. 포도밭 18ha에서 10여 종의 포도를 직접 숙성시켜 50여 가지가 넘는 포도주를 생산한다. 생산된 포도주의 60%는 관광객들에게 직판하고 나머지 40%는 독일 전역으로 배달한다. 이 포도주를 마시는 어느 누군가는 또 어느 날엔가 이 향기를 찾아 라인스바일러 마을을 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포도주라는 가공품이 곧 마을 전체를 살리는 관광 상품이 된다.

 

■ 가공품을 통한 전통의 전승과 발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농가가공품의 종류는 대개 실생활과 밀접한 전통식품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된장, 고추장이 집집마다 특색이 있듯 유럽의 빵과 치즈, 소시지, 포도주도 만드는 이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농가가공품은 단순히 수입증대의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가가호호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식품 제조기술의 전승과 발전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다양한 방식의 전통식품 제조기술이야말로 돈 주고도 얻기 힘든 귀한 문화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을 이어 받아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게 발전시켜나가는 과정 또한 하나의 역사가 되고 또 다른 전통이 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가도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전통식품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해준다. 이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통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농가가공품의 부가가치를 이야기 할 때 농가의 정성과 신뢰 외에도 전통을 지키는 노력에 대한 부분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