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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농업탐방기 연재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
- 독일ㆍ오스트리아-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7박9일의 일정으로 2016 농업인 국외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번 국외 연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유럽 친환경농업 벤치마킹’이라는 주제 하에 농업 선진국으로 유명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친환경농업 현황을 살펴보고 실제 농가들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재를 통해 선진국의 농업정책 및 다양한 사례와 국내 친환경농업의 상황을 비교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연재순서 ① 독일의 농업정책: 경관과 문화를 보존하는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다.
② 농업과 원예의 모든 것: 바덴주립 원예연구소
③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1: 피르흐너호프 제빵농가ㆍ빌더케제 치즈공방
④ 부가가치를 높이는 농가가공품 성공사례2: 카이젠호프 육우농가ㆍ스튜빙어 포도주농가
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살펜텐 농민직판장ㆍ슈베비쉬할 농민조합
⑥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니더탄하이머 과수농가
⑦ 일상과 함께 하는 농업과 원예: 칼스루에 클라인가르텐

독일의 정식 국가명칭은 ‘독일연방공화국’으로 1990년 동독과 서독이 통일한 이래 연방정부와 16개의 주 정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는 유럽연합에서 가장 많은 약 8,200만 명, 국토 면적은 약 36만㎢로 한반도의 1.6배 정도 크기이다. 유럽 연합에서 가장 큰 경제력을 지닌 독일은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농산물 교역이 쉽다는 강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체계적인 농업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농업시스템이 아주 거창하고 복잡한 것은 아니다. 독일 농업시스템의 기본 목표는 모든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농업정책의 기본 수혜자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국민들이며 이들에게 원활히 수혜가 돌아가게 하도록 농민을 관리, 감독하고 지원하는 것이 시스템의 주요 원리이다. 이 시스템은 국민이 국가를 믿고 농산물을 소비하며 국가는 농민을 지원해주고 농민은 국민을 위해 정직하게 생산하는 신뢰와 협력의 고리가 없다면 성립될 수 없다.
국토 면적 중 약 53%가 농지이면서 국민의 50%가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국가인 독일의 주요 생산 곡물은 밀, 옥수수, 보리이다. 축산에서는 연간 약 100만 톤의 육우를 생산, 그 중 41만여 톤은 수출하여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육우 생산국이자 수출국일 뿐 아니라 연 간 약 540만 톤의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다. 또한 독일에서도 점차 유기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8년 1.8%였던 유기농산물의 시장점유율이 2009년 3.4%로 증가하여 유럽에서 유기농산물의 매출액이 가장 큰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성장은 유럽의 대표적 유기농 선진국답게 발 빠르게 친환경농업 정책을 추진해 온 덕분이다. 더불어 식생활에 있어서 까다롭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원산지와 생산방식을 따져보는 독일 국민들의 소비습관도 한몫했다. 믿을 수 있는 원산지에서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찾고 그 가치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독일 국민들의 의식은 농업 정책에도 반영이 되어 있다. 바로 국내에서도 생소하지 않은 문화경관직불금제도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독일에서도 농민들의 기본 소득은 일반 국민소득의 70%에 지나지 않는다. 농업보조금은 ‘균형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국가 산업 간의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며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고 농촌의 문화와 경관을 보존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독일의 농업보조금 예산은 유럽연합에서 50%, 연방정부에서 30%, 주정부에서 20%를 부담한다.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문화경관 보존정책을 시행한 것은 1984년부터 이고 그 이후부터 주 정부 차원에서 각각의 지역에 걸 맞는 문화경관보존직불금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또한 하나의 주 안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의 자연 환경이 공존하므로 각각의 환경에 맞는 세부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서남부에 위치한 바이에른 주의 경우 이태리,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과 인접한 국경지역이 있어 자국 홍보효과 면에서 문화경관의 가치가 더 높다. 북쪽의 와인 산지는 프랑스와 비교하면 경쟁이 되지 않는 규모이지만 비탈진 경사면이 산림으로 뒤덮이는 것을 막고 국가의 생산 기반인 농업용지로 보존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남쪽의 알프스 산맥과 인접한 산간 지역은 겨울철 대규모의 눈이 쌓여 눈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지를 유지하여 낙농을 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선사한다. 이는 곧 하나의 관광자원이 되고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경관보조금이란 이와 같이 생산기반을 보존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며 아름다운 풍광을 유지하는 농민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경관의 보존 외에도 농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준은 몇 가지 더 있다. 기후변화를 방지하고 토양과 수자원을 보호하며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 동물복지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는 데 갖춰야할 여러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한다.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항목에 대하여 세밀한 보조금 지급 규정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 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액비를 줄 때는 지표면 아래에서 주는 경우 1 헥타 당 54유로를 지급한다든가 토양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헥타 당 920유로를 지급하는 식이다. 농민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직불제의 형태인 만큼 보조금 지급 규정은 세세하고 방대하며 때로는 유동적이다.
유기농업을 하는 경우에도 물론 보조금이 지급된다. 독일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종자, 재배, 수확까지 전 과정이 유기농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원유값 파동으로 인해 소 키우는 농가들이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기농 우유는 시가의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를 방목하는 목초지에도 약과 비료를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기농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유예 기간을 가져야 하는데 전환기에 유기농으로 판매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을 보장하기 위해 유기농 인증을 받을 때보다 더 많은 보조금이 지급된다.
독일에서 농업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닌 아름다운 국토경관과 문화경관을 보존하고 환경을 지키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국가와 국민과 후손을 위한 일이다. 농업의 이러한 역할은 독일이나 우리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농촌 풍경과 문화가 있다. 단순히 사라져 가는 옛 것이 아닌 한국인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귀중한 자원을 다시 발굴하고 보존하는데 농업의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우리나라 농업 발전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