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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를 창조하는 우마지무라농협

우마지무라는 유자로 먹고사는 동네다. 1,000여 명의 주민 가운데 농협 조합원은 500여 명이고, 30여 종의 유자 가공품으로 연간 332억 원의 매상을 올린다. 유자를 구입하는 택배회원이 전국에 35만 명 있는데, 이들이 고정고객으로서 매출액의 50%를 차지한다. 전국에 산재하는 35만 명의 고객관리와 택배판매를 위해 이 농협만의 콜센터와 발송센터를 별도로 운영한다. 가공품 중에서는 유자초간장이 가장 인기가 있어 판매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유자 1㎏의 수매가는 1880원 정도이며 연말에 ㎏당 660원 씩 특별배당을 해준다.
우마지무라 농협의 예금은 740억원, 가공공장 등 유자와 관련된 부서의 직원이 70명, 신용과 공제 등 기타부문 직원이 16명이니 이곳을 ‘유자농협’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것이 없다.
■ 유자가공품으로 332억원, 35만명 통신판매
이러한 성과는 지난 20여 년 동안에 이뤄온 것이다. 그리고 여기의 중심에 농협직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농협의 대표이사 도우타니 조합장이다. 도우타니 조합장은 26살 때 유자재배 영농지도원으로 농협에 채용되었다.
우마지무라 지역은 전에는 영림서(임야 행정 주관)가 2개나 있을만큼 임업이 주산업인 고장이었다. 그런데 임업이 어려워지면서 고온다습한 경사지를 이용해 유자를 재배하게 되었다. 산비탈에 심은 유자 묘목이 성목이 되고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었지만 농가 대부분이 고령이고 그나마 겸업농가여서 품질 좋은 청과용 유자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생산은 늘어나는데 판로가 없자 관심은 자연스럽게 유자 가공품으로 쏠렸다. 아니, 살아날 길이 가공품을 생산하는 것밖에는 달리 있을 수가 없었다.
1980년부터 유자가공제품 생산을 시작했으나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고치현 지역에는 유자 가공품이 널려 있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 밖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해 낸 것이 백화점 특판 행사였다. 유자를 짜서 즙을 내고 거기에 소금을 더해서 만든 가공품과 유자된장을 트럭에 싣고 백화점마다 돌아다녔다. 이런 행사를 계속하자 우편으로 사겠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겼다. 그러면서 고객명부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이때 큰 전환점이 다가왔다. 당시는 농산촌경제의 활성화가 국가의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그 수단으로 1촌1품(一村一品)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이를 돕기 위해 지역특산품 판매행사가 도시의 백화점 등 곳곳에서 개최되었다. 그 일환으로 1988년 도쿄의 세이부 백화점에서 기획한 전국 101촌 특산품 전시회에서 우마지무라의 유자 가공품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마침 지방언론에서도 수상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주었다. 이것은 10년이 지나도록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던 유자 가공공장은 물론이고 우마지무라 지역에 빅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직원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광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 동네 전체의 이미지를 몽땅 상품화
우마지무라는 고치 현 내에서도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동네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면서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동네 전체를 몽땅 상품화하여 팔기로 결의했다. 동네의 풍경도, 사투리도, 생활문화도, 모두 유자와 함께 판매하기 위해 지혜를 모은 것이다.
이와 함께 시대를 앞서서 드링크 종류도 개발했다. 검은색의 굵은 선으로 투박하게 그린 유자 디자인과 소박한 산골 어린이 모습의 판화를 라벨에 담아 부착했다. 개발 초기에는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도우타니 조합장은 실망하지 않고 이것을 자기 아들한테 시음시키면서 계속해서 품질을 개선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맛이 괜찮다는 합의를 얻게 되었다. 지방 TV에 2개월 동안 광고를 시작하자 우마지무라와 함께 드링크는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지방의 사투리와 함께 소박한 산촌 소년이 등장한 것이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광고비의 50%는 행정 보조를 받았다. 시판에 돌입하자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1994년에는 황태자가 고치에 와서 드링크 음료를 마시는 일이 있었고, 홍보가 저절로 되어 마침내 우마지무라라는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우마지무라 통신판매 리스트에 등록된 사람이 35만 명이다.
“마을 발전의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도우타니 조합장은 “유자를 식용으로 하는 식문화 창조”라고 강조한다. 이제 일본에는 유자의 식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는데, 이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농협직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유자 가공품을 일본에 수출하기 때문에 일본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유자의 식문화를 창조해야 한다”며 다소 엄살 섞인 부탁을 했다.
■ 일본 농민의 노벨상 아사히 농업상 수상
우마지무라 농협은 지역활성화 운동이 높이 평가되어 1995년 아사히 농업상을 받았다. 훌륭한 농업단체에 수여되는 이 상은 농업에 종사하는 일본 사람에게 노벨상 정도로 여겨진다. 이 상의 수상으로 우마지무라 농협은 과소(過疎)화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동네 주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우마지무라 농협과 지역사회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물어보았다. 도우타니 조합장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머지않아 유자 화장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자는 원래부터 피부에 좋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므로 시판에 들어가면 쉽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테마파크 조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활기가 넘치는 마을을 방문해보면 공통적인 것이 있다. 자연조건이나 자원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언제나 ‘사람’이 한다는 점이다. 우마지무라도 동네와 결혼했다고 자부하는 도우타니 조합장과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발전이 가능했을 것이다.
유자 한 품목으로 30여 종의 가공품을 생산해 35만 명의 회원에게 연간 332억 원을 택배판매하는 우마지무라 농협은 농업의 6차 산업화로 성공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