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태국의 국왕이 ‘로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는 동북태국의 유기농업 모델농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 자급경제의 실현

농마타오 모델농장(Nhong Marg Thao Integrated Model Farm)은 동북태국의 사콩나콩 지역의 무앙군 남쪽 9km에 위치하고 있다. 1997년에 설립되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경제위기로 도시에서 직장을 잃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즈음 시리킷 왕비가 사콩나콩을 방문하게 되면서 생활에 힘겨워하던 농민들이 국왕의 ‘자급적경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지원을 부탁하게 된다. 그 요청을 받아들여 왕비는 100라이(약 16헥타르)의 토지를 제공하여 모델 농장을 설립하였다.

농마타오 농장은 가난한 농민에게 농업기술을 보급하고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립이란 경제적 효율성이 아니라 불교적인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태국의 푸미퐁 국왕은 경제학자들의 경제적 효율만을 중시하는 사고가 태국 경제의 기반을 약하게 만들었으며 위기를 불러 일으켰다고 인식하여 그에 대한 대책으로 농민의 자립을 목표로 한 ‘자급적경제’를 제창하였다. 농마타오 농장에서는 이러한 국왕의 생각을 바탕으로 로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스탭이 파견되어 ‘적정한 농업기술’을 통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업을 가르치고 있다.

■ 복합농업

농마타오 농장 가운데에는 연못이 있어 그 곳에서는 생선을 기르고 있고, 그 주변에 채소와 과수, 화훼, 버섯 등을 재배하면서 양계와 양돈을 동시에 하는 ‘복합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농장에는 약 100명의 농민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실천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적은 양이라도 매일 수확함으로써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유기농업 기술을 습득하는 노동자로서 일하다가 어느 정도 농사 기술을 익히게 되면 독립해서 본격적으로 유기농업을 시작하게 된다.

화학비료를 대신하기 위해 외부에서 소똥을 사와서 쓰고 있는데 여기에 조개껍데기를 넣어서 만든 바이오비료 등도 사용하고 있다. 돼지와 닭의 사료는 사오기도 하고 가게에서 잔반 등을 공짜로 얻어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농장 내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하거나 태양열을 이용해서 퇴비화하는 작업 등도 포함된다.

병해충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특유의 강한 향을 가진 허브를 같이 심는 등의 노력을 통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수확량은 한달별로 매일의 양을 공동의 게시판에 기록해서 전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날짜와 수확물의 종류를 써놓고 매일의 목표치와 실제 수확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한달간 수입에 변동이 없도록 하기 위함으로 이를 통해 판매량을 조절하고 있다. 목표치를 넘는 분은 보너스로서 모두에게 분배하게 되며 모자라는 부분은 로열 프로젝트에서 보조되기도 한다.

여기서 수확한 채소 등은 농장 내에 위치한 가공센터를 통해 출하하게 된다. 단품으로 팔기보다는 수확된 다양한 종류의 채소에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을 섞어 여러 가지 타입으로 나누어서 패키지로 묶어 팔고 있다. 이곳의 상품은 여기서 일하는 농민이나 마을 사람들이 사가기도 하고 근처 수퍼마켓에 납품하기도 한다. 상품 패키지에는 국왕의 지원을 받은 상품이라는 의미로 ‘로열 프로젝트’라고 적혀진 씰을 붙여서 판매하고 있다.

■ 계속되는 농가에 대한 지원

농마타오 모델 농장에서 유기농업 기술을 배운 사람들은 독립한 후에도 지원을 받고 있다. 농장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16세대가 한 세대 당 2라이(약 0.3헥타르)의 토지를 빌려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살 집과 농사지을 땅을 빌려주는 지원 이외에도 농기구를 대여하거나 농업기술에 대한 조언, 수확물의 판매 등 다양한 지원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농지 면적은 2라이로 크지는 않지만 쌀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채소를 중심으로 하는 것에는 이 정도 규모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