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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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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기농업 - 하야시 시게노리씨
흙살림 조회수 376회 15-05-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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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제휴 형태로 소비자와의 신뢰관계를 맺어온 하야시 시게노리(林重孝)씨는 자가채종과 혼작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을 통해 유기농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 자가채종

동경에서 두시간 가량 떨어진 치바(千葉)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하야시씨는 1977년에 메이지대학을 졸업한 후 가업을 이어 농사를 짓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해오던 근대농업에 의문을 가지면서 1979년에 집을 나와 일찍이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던 카네코 요시노리씨(1월호 신문에서 소개)의 농장에서 1년간 살면서 유기농업에 대해 직접 몸으로 익히게 된다. 그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유기농업을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야시농원은 사쿠라시(佐倉市)에 위치하고 있으며 채소밭이 180a, 콩과 팥, 보리 등이 40a, 과수 60a, 산림 200a에서 약 80품목, 150여품종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연작이 없도록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작물간 조합에 따라 다양한 혼작 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기농 양계 약 150마리를 기르고 있다. 예전에 자신과 같이 유기농업에 큰 뜻을 품었으나 배울 길이 없는 귀농자 희망생들을 연수생으로 받은지 20년이 넘었다.

하야시농장에서는 연간 생산되는 150여품종 가운데 60여종류를 자가채종하고 있다. 전체 재배면적의 3분의 2가 자가채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되겠다. 자가채종에 대한 관심은 초창기 유기농업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어 일본유기농업연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종묘네트워크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종묘네트워크에서는 재래종과 자가채종 등을 중심으로 건강한 종자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모임이다. 하야시씨는 일본유기농업연구회 부이사장이기도 하다. 종묘회사의 종자는 아무래도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전제로 품종 개량 되어져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도 반 이상이 농약으로 소독되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 농약으로부터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기농업을 실천하는데 있어 자가채종은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겠다.

■ 제휴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일본에서는 많은 유기농업 실천 농가들이 제철 채소들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배달하는 제휴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하야시농장에서도 역시 오랫동안 소비자와의 신뢰관계를 지속해왔다. 이러한 탄탄한 소비자와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유기인증은 받지 않고 있다. 유기인증을 받기 위해 드는 비용은 농산물 가격을 상승시키고 작업만 늘어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제휴의 기본을 제철에 재배하는 채소에 두다 보니 여름철에는 몸을 차게 하는 토마토와 오이, 가지 등 과채류가, 겨울철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무와 당근, 토란, 우엉 등의 근채류가 매주 연이어 나가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오랜 제휴 소비자들은 그렇게 농사짓는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비하고 있다.

매일 새벽 무렵에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현관까지 전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름 채소의 육묘 시기 이외에는 비닐하우스는 사용하지 않고 노지에서 제철 채소를 재배하는데 토마토도 하우스에서 재배하지 않는다.

현재 꾸러미로 이루어진 채소는 사쿠라시와 근접 지역인 치바시 등에 사는 약 100세대에 배달된다. 배달료를 포함해서 꾸러미 유기채소 한 박스에 2,000엔(18,000원)으로 한 박스에는 아홉가지에서 열네가지의 채소가 담기게 된다. 당근 쥬스와 우동면, 적색고구마 두유 아이스크림, 밀가루, 콩, 흑두, 팥 등 직접 만든 농산가공품도 주문이 가능하며 꾸러미 박스에 함께 배달된다. 4인 가족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2인 가족에게는 이주에 한 번 정도의 양이 되겠다.

 

■ 소비자와 지역과의 소통

제휴를 중시해 온 하야시씨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한 달에 한번 농장 소개와 가공품 정보, 추천 레시피 등의 내용을 담은 ‘그린메시지’라는 안내서를 꾸러미 박스에 넣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 밤에는 농장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그 주에 배달될 채소들을 미리 알려준다. 물론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항상 이해하는 편이다.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농장에서 교류회를 갖기도 한다.

한편 지역의 NHK 문화센터에서는 유기농업 실천교실을 열어 16년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약 20명의 수강생들은 대부분 연배가 많은 분들과 주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정에서도 가능한 다양한 도시텃밭 가꾸기를 배우기 위한 실습교실이라고 하겠다. 최근에는 이러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강의를 듣기 위해 반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 발신과 소비자와 도시민을 직접 만나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얼굴과 얼굴이 보이는 제휴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지역과의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