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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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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농회와 유기농업
흙살림 조회수 999회 15-02-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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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유기농업의 대표적인 단체인 애농회(愛農會)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현재 충남 홍성 홍동마을에 이주해서 살고 있는데 이곳 홍동의 유기농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면서 일본 애농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자료들을 접하면서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교류들이 당시에 있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그 중심에 애농회가 있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초기 유기농업의 시작이기도 한 정농회가 바로 당시 애농회 회장이면서 애농학교 농업고등학교의 학교장인 고다니 준이치 선생님이 우리나라 풀무학교에서 강연한 것을 계기로 설립되었으며 홍동의 유기농업 또한 당시 감명을 받은 풀무학교 출신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어 그 뜻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애농회를 방문했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노트의 기록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보고자 한다.
 
■ 애농회와 유기농업
애농회는 1945년에 뜻을 같이 하는 16명이 모여 애농구국, 인격교육, 애농정신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애농숙(塾)으로 발족되었다. 다음 해인 1946년 2월, 70여명이 모여 애농회를 창립하였고 3월에는 회원수가 200명이 넘는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갔다. 그 후 애농전국대회에서는 참가자가 7천명 가까이 모인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주된 사업은 농업기술을 가르침으로써 농촌 후계자를 육성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의식주 등 소비생활이나 사회관습전반에 걸쳐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보고자 하는 뜻에서 사회교육사업으로서 시작된 생활개선운동 등에도 앞장서왔다. 1954년에는 애농교육의 장으로서 애농고등학교의 전신인 애농근본도장을 개설하고 다음해에는 애농단기대학을 설립하게 된다. 또 1963년에는 앞에서 말한 듯이 농업을 보다 전문적으로 실천해줄 농민을 양성하기 위해 애농학원 농업고등학교가 만들어지게 된다. 일본 내에서 유기농업을 가르치는 유일한 사립고등학교이기도 하다.
1969년이 되면서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고다니 선생님의 친구이기도 한 의사인 야나세 기료 선생님에 의해 농약의 폐해에 대해 접하게 되면서 고다니 선생님이 애농학원 내에서는 농약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유기농업을 시작하게 된다. 야나세 기료 선생님은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병의 근원이 농약 사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러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본인이 직접 농약에 절여진 과일과 차를 마셔가면서 임상실험을 거쳐 농약의 위험성을 일본 전역에 알리게 된다. 이렇게 유기농업이 시작되었는데 이 때문에 관행농업을 하는 주위 농가들로부터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 한국 및 아시아와의 교류
그러던 가운데 고다니 준이치 선생님이 1975년에 우리나라 홍동의 풀무학교를 방문하게 되고 거기에서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게 된다. 그러한 영향으로 1977년,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뜻을 이어 ‘바른 농업을 실천하자’는 의미에서 정농회라고 하는 유기농업단체가 설립되었다. 그 후 1996년에는 한일 정기 평화 교류회를 시작하게 된다. 그 가운데 6명의 한국인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반대로 일본인도 3명이 한국 유학의 기회를 얻기도 하면서 활발한 민간 교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교류 프로그램은 1983년에도 이루어졌었는데 인도에서 유기농업을 보급하고자 하는 ‘인도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인도에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녹색혁명의 바람이 불면서 사후조치로서 토지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를 위해 애농회에 토지관리에 관한 조사를 의뢰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1990년대까지 관련 스태프를 인도에 파견하여 농업연수와 유기농업기술을 가르치는 한편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2002년부터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농민 모임을 결성하기도 하는 등 아시아 각국과 왕성한 교류가 이루어졌다. 또 2009년에는 필리핀에서 NGO 기술교류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의 많은 농민들과 유기농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또 서로의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 애농네트워크와 인재육성 프로그램
1992년에는 애농네트워크를 발족해서 유기농업 인증업무를 개시하기도 했다. 애농네트워크는 애농회원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유통하기 위해 애농회원이 주체가 되어 조직된 단체의 연락기관으로 단체간 교류와 함께 각지의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연대를 통해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애농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조직되었다. 1년에 한 번 총회를 가지고 있으며 정례회 개최,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연대를 위한 연구집회와 네트워크 단체간 교류, 정보교환 등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또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농업을 짊어지고 갈 후계자 육성에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애농회는 애농대학 강좌와 유기농업 비즈니스 강좌, 또 유기농업 기술을 증진시키기 위한 강좌 등을 열고, 유기농업 경영세미나를 주최하기도 한다. 또 2박 3일에 걸친 유기농산물 가공 집중 코스를 열어 단순히 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고안했다.
지금도 애농회는 농업을 사랑하는 많은 지지자들 속에서 농촌 농업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