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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기농업 - 선구자 카네코 요시노리
흙살림 조회수 746회 15-01-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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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기농업<8> 선구자 카네코 요시노리

■ 유기농업 선구자, 카네코 요시노리씨

이번에는 일본 유기농업의 선구자로 불리우는 카네코 요시노리씨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가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시모사토 농장은 동경에서 한시간 반 가량 떨어진 사이타마현 오가와마치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유기농업을 시작한 것은 1971년 3월이다. 농림수산성 (우리의 농축산식품부) 이 만든 농업인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다. 마침 졸업 직전에 겐탄정책 (논을 줄이고 그 대신에 콩이나 보리, 원예작물로 대체하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 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농가들의 농사 의욕을 저하시킬 것이 뻔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쌀도 개방화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한다. 이 시기, 일본은 이미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고도경제성장으로 각종 환경오염문제들이 발생하는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나마타병이나 이타이이타이병 등과 같은 공해문제와 과다한 농약의 사용으로 많은 피해들이 나타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안전하고도 맛있는 그리고 영양가도 높은’ 먹거리를 생산해내고 이로써 자급을 이루고자 유기농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선은 안전한 먹거리의 제공을 자신의 가족에서 시작하여 지역사람들 그리고 소비자로 확대되어 가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 순환농법

그가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 것은 자연의 유기적인 순환을 그대로 이용하는 농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농장에서 수확하여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하고, 작물에서 나온 잎과 줄기 같은 것과 잡초는 닭과 같은 동물의 사료로 쓰고, 또 사람과 동물에게서 나온 분뇨와 산에서 채집한 낙엽들을 가지고 퇴비를 만들어 쓰는 것이 곧 순환이고 이것이 다시 논과 밭의 영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카네코씨는 일찍부터 이러한 음식물 찌꺼기와 분뇨를 이용해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농장 내에서 쓰이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왔다. 그리고 1995년에는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카네코씨의 자동차와 농기계에 이용해왔다. 콩 300kg와 보리 300kg로 만들어지는데 1리터당 10키로미터는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현재 3ha의 논과 밭에서 연간 60품목의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흙만들기, 그리고 다품목생산과 지역순환, 연작이 없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장에는 닭과 오리, 소도 함께 키우고 있다. 생산된 유기농산물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소비자에게 꾸러미라는 제휴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 마을로 확산되는 유기농업

카네코씨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1년부터는 유기농업이 마을로 확산되는 활동으로 전개되기에 이른다. 마을단위에서 6ha의 규모에 콩을 유기농법으로 전환하고 이렇게 생산된 콩은 지역의 두부공장에서 지역 브랜드 두부로 생산되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에는 유기농법으로 전환한 보리가 생산되었다. 더욱 획기적이었던 것은 유기쌀로 모두 전환하게 된 주위 농가들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유기쌀의 일부는 지역산 술로 상품화되기도 했다. 지역 농가들이 만든 농작물로 지역 브랜드 이름을 더하고 그에 맞는 적정 가격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었다 한다. 2009년에는 지역에 있는 회사에서 원하는 사원에게 급여 대신에 4.4톤의 유기쌀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오랫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유기농업을 실천해온 카네코씨의 노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실천 덕분에 2010년에는 마을 만들기 부문에서 천황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에 ‘베리카페’ (베리라는 것은 수다떨다는 의미의 오샤베리에서 나온 말. 즉 수다를 떨 수 있는 맘 편한 지역 카페라는 의미가 되겠다) 라는 것을 마을에 만들어 상품으로 팔고 남은 규격 외 채소, 즉 굽어진 오이와 키가 작은 당근, 너무 뚱뚱한 무 등을 이용한 식단으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농가와 주부들이 돌아가면서 당번으로 식당 일을 하고 있는데 지역 중년 여성들의 제2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한다. 이곳은 시모사토 농장을 방문한 도시민들에게 있어서는 마을 농가들을 직접 만나 ‘수다떨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유기농산물도 직접 판매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얼굴과 얼굴이 보이는 관계가 가능한 공간이라고 하겠다. 이를 통해 보통의 시민이 농민들이 적정한 가격으로 제시한 보통의 가격으로 유기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 유기농업추진법의 시행

지금까지 40년 이상 유기농업을 해오던 가운데 가장 뜻깊은 일은 역시 2006년 ‘유기농업 추진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 이후 정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 온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2006년에 드디어 유기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것 또한 현장에서 오랫동안 유기농업을 실천해온 농가들과 이를 뒤에서 지지해온 유기농업 관련 분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네코씨는 이제 유기농업은 자신들이 70년대 초창기부터해서 오래도록 힘든 시절을 보내던 때와는 다르게 제2세기를 맞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시절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유기농업이라는 것이 확산되어 인식되기 시작하고 정부의 자세도 달라졌기 때문에 조금 더 유기농업을 하기가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 되겠다.

유기농업이 전혀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에 홀로 지독한 나날들을 보내기도 했지만 생각한대로 바른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 하나로 주위 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제는 마을로까지 확산되는 큰 수확을 얻었다. 이러한 실천이 다른 지역에서도 더욱 더 뻗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