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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기농업 영화제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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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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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기농업영화제
이번에는 유기농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 가운데 하나인 국제유기농업영화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국제유기농업영화제는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게 유기농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유기농업에 관련된 혹은 관심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칼럼니스트, 기자, 관련단체에서의 개인적인 참가와 연구자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유기농업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 감독들이 직접 등장하여 영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의 농가들을 초대하여 작은 심포지엄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고 함께 토론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누구라도 참가가 가능한 3분 비디오 코너라는 것도 만들어서 개인적인 유기농업 스토리를 알리고 있다.
필자도 이론적이고 기술적인 유기농업이 아니라 보다 가까이 있는 유기농업 이야기를 알리고자 하는 좋은 취지에 함께 하고자 두 번째 영화제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하여 영화제를 기획하고 세 번에 걸쳐 사회를 맡기도 했다. 또한 KBS와 SBS 스페셜 프로그램을 번역하여 우리나라의 유기농업과 관련된 활동과 실천 그리고 우리의 흙과 자연에 대해 소개하여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까이 있지만 유기농업 환경이 많이 다른 두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영화제는 올해로 8년째를 맞고 있는데 올해도 12월 14일에 동경의 무사시대학에서 열린다.
■ 후쿠시마 사태 이후 ‘그래도 씨를 뿌린다’
영화제에서는 그간 각국의 소농인 유기농가 이야기에서부터 과거 일본의 농약의 사용과 그 위험성에 대한 다큐멘터리, 화학비료로 땅이 손상된 우리나라의 이야기, 유기농산물 학교급식을 마을 전체에 실천하고자 했던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이야기, GMO를 반대하는 미국 농가들의 실천 이야기, 세계 각국의 흙의 중요성을 모은 이야기 등 다양한 것들이 소개되어 많은 반향과 감동을 주었다.
그 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었던 것은 2011년 일본 동북대지진과 원전사고 이후의 유기농업 실천 농가들의 삶에 대해 그린 ‘그래도 씨를 뿌린다’라는 다큐멘터리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원전 사고 이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영화제를 이대로 치를 수는 없지 않겠냐는 자숙 모드의 방향으로 결정되는 듯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이런 힘든 상황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들에게 대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리는 기회를 갖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영화제 개최를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주위에 그런 자료들이 있을까 찾다가 우리가 직접 지금의 상황들을 소개하고 알리자는데 뜻을 모아 그해 여름부터 촬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침 영화제에 참여하고부터 카메라 촬영 공부를 시작한 분이 계셔서 그분이 중심이 되어 인터뷰와 영상의 기록이 이루어졌다. 그 대상으로는 오래도록 유기농업을 해온 오랜 친구인 후쿠시마 유기농가들이었다.
후쿠시마는 대지진 이후 원전 문제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만 방사능 유출 문제가 생기자마자 이제 이런 땅에서 더 이상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유기농가가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후쿠시마는 필자가 2003년 겨울, 석사과정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일본의 유기농업을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일본유기농업연구회가 매년 주최하는 유기농업 전국대회가 열렸던 곳으로, 심포지엄과 작은 세미나들을 마치고 농업 현장을 둘러봤던 지역이기도 해서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여러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 이야기들 가운데서도 오랜 친구였던 두 농가의 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한 농가는 방사능이 유출되고 농장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을을 지키고 이곳에서 자신의 땅을 회복시켜가면서 농사를 짓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 주위에 여러 농가들과 서로를 의지하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간다. 그리고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또 하나의 농가는 도저히 이런 절망적인 피해의 상황에서는 더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고 판단, 계속해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기로 하고 나가노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한 분이셔서 그 곳에서 그간의 유기농의 경험들을 마을에 전파하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2003년에 이 두 분의 농장도 방문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한 친구의 이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 둘은 오랜 친구의 끈을 놓게 되는 불상사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에 유기농업 관련 여러 행사들에서 이분들을 만나는 일도 있었는데 지금도 둘은 각각 서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더 얼마나 구체적으로 많은, 심각한 피해들이 있었는지 여기에서 소개하지는 않겠지만 땅을 포함한 모든 자연을 파괴함과 동시에 오랫동안 쌓아왔던 인간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대재앙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농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씨를 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유기 농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지금도 일본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는 비단 유기농가들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모든 농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마음으로 응원해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